수돗물 한 컵이 나오기까지 몇 단계를 거치는지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6~7년 전 가을, 서울 아리수 정수센터에서 하루짜리 알바를 했습니다. 기계실에서 버튼 몇 개 누르는 일을 상상하고 갔는데, 손에 쥐어진 건 삽과 빗자루였습니다. 그날 이후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그 빗자루 횟수가 먼저 떠오릅니다. 응집·침전 공정,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갑니다정수 처리는 크게 응집, 침전, 여과 세 단계로 나뉩니다. 응집지(凝集池)란 원수에 응집제를 섞어 미세한 오염 입자들을 서로 달라붙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을 뭉쳐서 가라앉히기 쉬운 덩어리로 만드는 단계입니다.저는 이 응집지 바닥 청소를 첫 업무로 받았습니다. 물을 빼놓은 거대한 콘크리트 공간에 내려가는데, 위에서 볼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물병원 보조 알바 첫날, 저는 하루 종일 귀여운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보낼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는 고양이 항문에 체온계를 넣고, 검사를 마친 강아지에게 신발을 헌납했습니다. 그런데도 퇴근길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건, 이 일이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인 직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첫날 경험 — 귀여움과 당혹감 사이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키웠던 기억이 있어서, 성인이 된 뒤에도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가족의 반대로 직접 입양은 어려웠고, 그래서 제가 택한 대안이 동물병원 보조 알바였습니다. '어차피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잘 맞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첫 출근을 했습니다.현실은 첫 업무부터 달랐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온 고양이가 문이 열리는 순간 책상 아래..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분, 그 3분 안에 알바생 손은 대략 열 번 이상 움직입니다. 저는 군 입대 3개월 전, 오래 마음에 품어왔던 카페 알바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멋있어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였는데, 실제로 카운터 안쪽에 서고 나서야 그 '멋'이 얼마나 빡빡한 동선 위에 서 있는 건지 알게 됐습니다. 컵 소리로 주문을 읽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카페 알바 첫날, 선배가 제일 먼저 알려준 건 에스프레소 추출법이 아니었습니다. "컵 소리 들어봐요. 이게 플라스틱 컵이면 아이스, 종이컵이면 핫이에요."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점심 피크타임(peak time)이 시작되자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피크타임이란 특정 시간대에 주문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구간으로, 보통 카페에서는 오..
매미 한 마리를 잡는 데 3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게 알바일까요 아니면 그냥 이웃 부탁일까요. 저는 실제로 해봤습니다. 당근 알바 공고를 뒤지다 '베란다 매미 구조'라는 황당한 게시물을 발견했고, 반쯤 장난처럼 지원했다가 진짜 돈을 받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당근 알바가 단순한 용돈벌이 앱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누군가의 불편함이 노동시장이 되는 구조당근 알바에 올라오는 일들을 보면 처음엔 황당합니다. 낙엽 쓸기, 가구 들어 올리기, 졸업 사진 찍어주기, 심지어 매미 잡아주기까지. 그런데 이걸 긱이코노미(Gig Economy)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긱이코노미란 기업과 근로자가 장기 고용 계약 없이 단발성 과업(Gig) 단위로 일을 주고받는 경제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필요할..
학교 급식 조리원 1인이 하루에 소화하는 식수는 700인분이 넘습니다. 저는 급식실 알바를 직접 뛰어봤고,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복무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 두 가지를 비교해보니, 급식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그만큼 훨씬 혹독한 곳이었습니다. 현장 체험 — 700인분이 만들어지는 과정급식실 알바를 처음 나갔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연히 '밥 퍼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처리(식재료를 조리 전 세척·손질하는 단계), 조리, 배식, 세척까지 모든 공정이 시간표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여기서 전처리란 브로콜리 한 송이를 작은 조각으로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고, 양파 수십 개를 눈물 흘리며 써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순 반복처럼 보이지만, 마감 시간..
저도 처음엔 치킨집 알바가 그냥 튀기고 포장하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해봤더니 전혀 달랐죠. 마리당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운영되는 치킨집에서 하루 종일 치킨을 튀기다 보면, 이게 알바인지 수행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옵니다. 가성비 치킨의 이면에는 그만한 노동이 있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가성비 치킨의 배경 — 이 가격이 가능한 이유제가 어렸을 때 동네에 '39치킨'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한 마리에 3,900원이었는데, 당시에도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치킨 한 마리에 거의 3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리당 만 원도 안 되는 가격표를 내건 치킨집을 보면, 처음엔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이런 초저가 치킨집이 가능한 구조를 살펴보면, 핵심은..
생수 260팩, 8시간, 수입 115,300원. 이 숫자만 보면 "그 정도면 할 만하지 않나?" 싶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생수통을 손가락에 걸어보고 나서야 이 일이 얼마나 다른 세계인지 실감했습니다. 운동 좀 한다는 분들도, 막상 해보면 첫날부터 무릎과 손목이 무너진다고 합니다. 제 경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현장 강도 — 이건 운동 수준이 아닙니다생수 한 팩은 보통 1.5~2L짜리 6개 묶음입니다. 1팩 무게가 약 9~12kg 사이고, 현장에서는 이걸 양손에 두세 팩씩 들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5층을 오릅니다. 한 번 이동에 40kg를 훌쩍 넘기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걸 하루 80회 반복하면 총 이동 중량이 가볍게 3톤을 넘어섭니다.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무게..
솔직히 저는 망고 알바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공짜 망고를 실컷 먹을 수 있겠다는 달콤한 생각 하나로 뛰어들었다가, 2주 만에 조용히 퇴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호텔 망고 빙수 한 그릇이 15만 원 가까이 하는 시대, 5분의 1 가격에 파는 빙수 가게에서 직접 일해보니 그 가격이 마냥 비싸 보이지 않더군요.망고를 좋아해서 시작한 알바, 현실은 달랐다제가 처음 망고 관련 알바를 시작한 건 순전히 망고 때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망고를 워낙 좋아해서 베트남 여행을 자주 갔을 정도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여행 목적 절반은 현지 망고였습니다. 동남아에서 직접 먹어본 망고는 국내에서 먹는 것과 당도 자체가 달랐거든요.그 망고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산대 앞 100m 거리 빙수 카페에서 알바를 ..